코숨은 코 질환에 한약을 처방하지 않습니다.
코막힘이 없는 어르신들의 비밀 / 이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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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막힘이 없는 어르신들의 비밀​​ ​​​​ ​​



25년 넘게 코 치료를 해 왔지만 고흥에 내려와서 마을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며 코를 들여다보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던 사실이 있다.


6년 전 사람이 넘치는 서울 생활을 접고 고흥으로 내려와서 조그맣게 한의원을 차리니, 하루 종일 사람들 얼굴을 보기가 어려웠다. ​고흥은 고령화 인구율이 
전국2등인 곳이다. 가끔 한의원에 찾아오시는 분들은 어르신들뿐이고, 코 치료가 전문인터라 주중에는 코를 치료하시는 분들이 없고 토요일만 멀리서 
코 치료 하러 오시는 분들로 조금 바빴다.
​시골에 내려오면서는 소박한 삶을 살기로 했었기 때문에 침대 한 개와 진료실 책상 한 개가 전부인 한의원이었다.
​매일 혼자 한의원을 지키고 있다가 오후 5시에 진료를 마치고는 일주일에 두 곳씩 마을 노인회관을 찾아다니며 의료봉사를 했었다.
​두통이 있다든지, 뒷목이 아프다고 하시는 분들에게는 코침을 놔드렸었다. 물론 효과가 있었고, 두통으로 오래도록 고생하신 분들이 코침을 맞은 이후에는 
두통이 없어졌다는 감탄사로 행복해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깜짝 놀랄만한 사실이 이것이다.
​의료봉사를 다니며 일흔이 넘으신 분들이 대부분인 마을 어르신들의 코 안을 모두 들여다보았다. 막혀 있는 분들이 거의 없었다. 우리 엄마 콧구멍처럼 오히려 
너무나 뻥뻥 뚫려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축농증을 고칠 수 있게 되었지만 내가 어렸을 때의 엄마는 축농증으로 고생을 심하게 하셨었다.
​많은 치료를 받았지만 오래오래 고생을 하셨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코막힘이 없어지셨었다.
​코 치료를 하게 되면서 들여다 본 지금, 86세의 할머니가 된 엄마의 콧구멍은 너무나 뻥 뚫려 있어서 언제 축농증으로 고생을 하셨을까 싶게 코 안이 넓어져 있었다.


그런데 이곳 마을 어르신들의 코구멍도 막혀 있는 분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물론 코를 골고 자면서 입이 벌어지시는 분들이 있기는 하고, 구강호흡으로 입에서 악취가 심한 분들은 많지만, 본인들이 스스로 느끼기에 코막힘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은 없는듯했다. 나는 시골이라서 공기가 좋아서 코 점막이 부은 사람이 없는 줄 알았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가만히 생각해보니, 비염 축농증으로 고생하며 한의원을 찾아오는 환자분들의 연령층이 60세 이상이 거의 없는 듯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연세 드신 분들이 찾아오면 여쭙기 시작했다. 예전에 코막힘으로 고생한 적이 있었는가, 지금은 코막힘이 어느 정도 인가, 코막힘이 없어졌다면 어떤 치료를 해서 
없어졌는가. 언제부터 코막힘이 없어졌는가. 하는 질문으로 많은 분들에게 여쭈었다.


어르신들이 코막힘이 거의 없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나이가 들면서 비점막의 수축이 이루어지는 때문이었다.

​나이가 들면 땀샘의 분비선이 위축이 되어 땀이 줄게 되면 피부가 건조해지고 가려움증이 생기기도 하고 주름살이 생기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비점막의 분비선 
조직도 위축이 되어 젊은 시절 코막힘으로 그렇게나 고생을 했던 코가 나이가 들면서 뚫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코막힘으로 고생하던 분들이 많은 치료 중에 어떤 치료가 닿았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며, 코막힘이 사라지기 시작한 나이를 말해주는데 그 나이는 대충 55세에서 
60세 사이였다. 그 시기가 지나면 코막힘이 없어지기 시작한다는 통계를 얻었다. 그래서 65세 70세가 넘으신 분들은 코막힘보다 다른 이유로 입으로 숨을 쉬게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이유는 또 여러 가지가 있음을 다른 글을 통해 밝혀야 할 것 같다.)

 
젊은 사람들이 비염 축농증으로 고생할 때에는 어떤 약도 듣지 않아 결국 수술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혈기가 왕성할 때에 코의 분비선의 활성화로 
콧물 코막힘으로 고생하는 것도 젊음의 표시였던 것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어떤 약이 효과가 있었는지도 모르게 비염이 치료되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
비점막의 분비선 위축으로 나타나는 노화의 결과였던 것이다.


 
이것의 발견은 참 심각한 각성을 준다.
젊을 때 코막힘이 심하다고 해서 하비갑개 절제술이나, 여러 가지 시술로 비점막의 기능층이 제거된 경우, 나이가 들어서 위축이 되기 시작하면 오히려 건조감이 
심해져서 고생을 많이 하게 되는 경우를 짐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연세 드신 분들은 오히려 코 안의 건조감을 호소하는 위축성비염을 호소하는 경우가 제법 많고, 입으로 숨을 쉬게 되는 이유가 코막힘으로 입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코가 건조한 답답함으로 입으로 숨을 쉬게 된다고 했다.

 
수술 후유증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증상이 몇 가지 꼽을 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비점막의 기능층이 너무 많이 제거되면 오히려 콧물이 너무 말라서 고생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비록 수술이 잘 되어 수술 당시는 불편함이 전혀 없다고 하더라도, 노화로 분비선 위축이 진행되면 나이가 들면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잠재된 후유증을 갖게 되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코가 건조하게 느껴지는 것도 몹시 피곤한 증상이다. 숨을 쉴 때마다 코 안이 건조하게 느껴져서 코를 의식하게 된다면 삶의 질이 엄청 떨어질 것이다.


위축성 비염의 경우에도 비강 사혈의 방법으로 비점막의 정상적인 기능을 어느 정도는 되찾을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은 코를 치료하는 의사와 코로 고생하는 
환자들에게 많은 위로를 준다. 비점막이 팽창되어 코막힘이 심한 비후성 비염도 비강 사혈의 방법으로 비점막의 정상적인 기능을 되찾을 수 있게 된다는 사실도 
함께 말이다.


​비점막의 기능층이 나이가 들면서 위축되는 것의 발견은 여러 가지의 위험성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코를 치료하는 의사로서 침으로는 비점막의 기능층을 손상시키지 않고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위로가 된다.